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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부리고 싶은 날-도쿄/멜랑콜리

  • Lang Kim(김태엽)
  • 2015년 12월 27일
  • 2분 분량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가장 보편적으로 말하자면 "운동". "독서". "음악듣기".. 진부하다. 허세같다고?

전혀. 운동으로는 검도를 올해 들어 9년 째 하고 있는데. 죽도에 잘못맞은 날이면 아파서 스트레스가 쌓이는지도 모를 때도 있다. 음악은 와이파이가 안터지면 끝장이기에 짜증이 난다. 요즘 아이팟도 하도 떨궛더니 전원버튼이 들어가 아예 나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이 방법을 사용하며 주저리 주저리 씨부리고 있다.

도쿄에서 있었던 1박 2일간의 시렸던 이야기를 할까 한다.

8월의 도쿄는 시렸다.

내가 일본에 갔을 때,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가 있는 하나마츠쵸 역까지 전철로 이동하면서, "일본은 뭔가 깔끔할 것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전철을 타고 2~3분쯤 가다 도쿄 시내가 펼쳤을 때, "아....."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쟂빛".. 말 그자체였다. 좀더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영혼없는 도시"?

역에 도착하고 나서 호텔까지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현대식 주택이 늘어서 조용하게 균열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 집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시련을 다 견딘 듯 한 모습이었다. 세월앞에서 차가운 바람에 곪아 터진 굳은살을 치료하듯 반창고 같이 나무판자가 여기저기 덫대여 있었다. 겉보기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집 같아 보였으나 이 집도 한 때는 따뜻한 집밥내음을 풍기며 가족들의 웃음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저 집에 사람이 산다면,... 흰색 유카타를 입은 할머니와 곤색 기모노를 입은 할아버지가 안에서 부채를 붙이면서 옛날 이맘때쯤 여름을 회상하고 있겠지...?

쟂빛도시-도쿄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걸어다니면서도 계속 공허했고, 여행이 여행같지가 않았다.

일본은 특히 전선이 많았다. 그래서 걸어다니면서 우리 엄마는 예전 외할머니가 장사하셨던 용인 시장이 생각난다고 말씀 하셨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랐다고 말씀하셨다. 적어도 따가운 여름하늘 뙤약볕 아래 엉킨 전선들이 시장의 정겨운 분위기를 더 복돋아 주셨다고 했다.

더웠지만 제일 차가웠던 도쿄.

전철소리는 굳셌다. 전철은 어떠한 상황에서는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듯이 느리게, 그러다 점차 빨리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쿄사람들은 조신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행동에 신중을 기했고 옆사람이랑 조금만 부딫혀도 화들짝 놀라며 "스미마생"을 거듭 반복했다. 대체 그들은 왜 항상 모든 행동에 조심하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쟂빛 물결에 맞춰 시크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또 무엇이고...? 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 그들이 열정이란 단어를 말할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열정이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홍대거리와 비슷한 "시부야케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바빠보였다. 열정대신, 조급함. 이것부터 느껴졌다.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은 날, 그런데 따듯한 위로를 받고 싶은,.. 그런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때 애완동물이라도 있으면 좋지만..없다. 그러다 보니 한 두 글자씩 끄적이고, 하고 싶은 말이란 말은 다 써내려 가면,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 진다. 누가 보지 않아도 괜찮다. 굳이 남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 않아서 글을 쓰고 있는 당신은 지금 이세상 어디든 날아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상처받았을 때, 상황을 가정하여 말해보면 내가 정말 친하다 생각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지나가다가 그 친구가 나를 까는걸 들었다. 그때 당신을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1번, 집에가서 질질짠다. 2번, 가서 아구창을 짲어놓는다. 난 당연히 2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바탕이되는 건, 내가 지금 이 순간 상황을 가정하면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조금 사이코 같지만 이렇게 상황을 가정해 보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난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하는 것도 재밋다. 맞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뭔가 채워지지 않은 그 느낌이 싫기 때문에 형식과 제재에 구속받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이 나가는 대로 타이핑 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주저리 주저리 싸부리고 싶은 날이다.

2015년 8월 가장 뜨거웠지만 차가웠던 도쿄에서의 2박3일을 회상하며,...

그만 씨부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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