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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아이디어 전쟁-광주 비엔날레

  • Lang Kim(김 태엽)
  • 2016년 1월 17일
  • 4분 분량

기회였다. 창현고에는 미술부에서 활동하는 것 말고는 미술에 대한 대회도 드물다. 게시판에 걸려있는 대회 공고문들도 보면 교외에서 주최하는 디자인 경시대회 몇 개. 아님 교내에서 주최 하더라도 실기준비보다는 내신에 초점을 맞춰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는 나에겐 전혀 수상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대회들이었다.

무언가를 느끼고 그걸 적절하게 글로 표현하고 싶은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주 비엔날레를 직접가서 보고 즐기는게 나에겐 이 학교에서 첫 미술활동이었다.

아침 여덞시 반에 출발하여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은뒤 오후 2시 쯤에 도착했다. 날씨가 궂어 사람이 별로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라는 것을 금요일날 처음 직접 접해봤기에 처음엔 어떤 것을 무엇을 중점으로 감상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굳이 설명을 들어야 하나?....., 내가 보는 전시인데 남의 설명을 들어 뭐하지?..," 라는 다소 싸가지 없는 생각이 들었다. 듣다못해 그냥 친구랑 무리를 나와 우리 마음대로 하나씩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간단했다. 그러나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모던한 청자"

모두들 "청자" 하면 먼저 역사교과서가 떠오를 것이고 중간고사 범위가 그 다음으로 링크처럼 자동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청자는 우리가 어렸을 때 부터 상감기법을 활용한 우리나라의 최고의 자기라고 평가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터라. 나는 청자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진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 예상을 반성해야했다. 너무 처음부터 비엔날레를 과소평가한 것 같았다. "광주 비엔날레"의 명색답게 과연 색달랐다. 외양은 곡선의 미가 들어났다. 현대의 감수성에 맞춰 심플하게 표현했으나 상감기법을 활용하여 은은한 청색과 고려시대만의 독특한 무늬를 현대적으로 표현하여 은은한 무게감과 심플함, 두개를 적절하게 표현하였다. 특히 왼쪽에서 세번째는 내 방에 정말로 놓고 싶었다.

담백했다. 뽀얀 순두부 같은 "일본의 자연그릇"

모두들 그릇하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유리, 본차이나, 이정도일 것이다. 허나, "닥종이"는 생각치도 못했을 것이다. 닥종이는 한지를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라고 알려져 왔다. 닥종이가 주 원료인 우리 한지는 창문역할을 해올 정도로 튼튼하고 질긴 특성이 있었다. 물어 젖어도 쉽게 찢겨지지 않는다. 그러한 특성을 한지가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닥종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닥종이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일본에서는 가정,주방용 기구을 내보이는 전시에서 닥종이로 만든 그릇을 선보였다. 디자인도 깔끔했다. 정말 한입 베어먹고 싶은 순두부같이.

굳이 공간을 내어서라도 내방에 꼭 두고 싶은 "저 섹시한 의자"

매끄럽다. 이 검은색 의자는 보기에는 그저 의자를 좀 더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 빨리 지워버릴 것. 큐레이터 왈, 이 의자 한개로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단다. 요즘 운동에 관심이 생긴 나에게 제일 귀에 들어왔다. 저 의자에서 윗몸일으키기 하면,.. 섹시한 곡선의 의자 형태처럼 나에게도 섹시한 복근이 생기려나?... 잘 모르겠다.

신선한 컨베이어 시스템. "본~조르노!! 여긴 이탈리안 아이디어 공장"

제 5 전시실. 맨 먼저 눈에 확 띠는 것은 컨베이어 시스템이었다. "응?.. 웬 컨베이어 벨트?..." 알고보니, 거기에 실용적인 디자인의 작품을 놓고 편히 관람할 수 있도록 돌리는 것이었다. 신선했다. 사진중에 버섯 모양을 한 화병에 국화꽃이 담긴 사진을 선택했다. 색깔의 조화가 너무 예뻣다. 그리고,.. 아이러니 했다. 산업과 차가운 금속의 상징. 컨베이어 벨트위에 꽃이라니. 그것도 국화꽃. 마치 나에게는 현재 우리나라의 최악의 근로 여건에 대한 경각심을 표하는 것 같았다.

체스판 위의 모던한 전쟁

한창 전시실을 돌면서 나의 주 관심사인 패션/뷰티쪽이 안보여 서서히 시무룩해져 갈때 즈음, 내 눈을 확 사로잡은 탁자모양의 전시가 하나 보였다. 요즘 드라마나 시상식에서 볼 법한 디자인의 구두부터 가장 보편적인 모양을 한 구두까지, 다양하고 독특한 색을한 구두들이 체스판 위에 장기들처럼 나열되어 있었다.

그냥 보았다. 굳이 구두의 디자인이나 색깔 패턴을 보고 "감상"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 만큼은 "관찰"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래 기억해 두고 싶었다. 왠지 나중에 중요한 소스가 될 것 같았다.

내방에 꼭 놔두고 싶은,..

전시실 한모퉁이를 돌아가니, 심플하지만 눈에 뛰는 한 부스가 있었다. 거기에는 당시 화제가 되었던 실험적디자인의 가구부터 집의 외관 디자인도면이 전시되어 있었다. "르 코르뷔지에"라고 하는 가구디자이너의 가구와 디자인이었다.

언뜻보면 길거리의 카페에 기본적으로 있을 법한 의자와 별 볼일 없는 책상으로 보이겠지만,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겐 아니었다. 이러한 무심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오히려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것이 바로 "르 코끄뷔지에"의 핵심이라고 난 생각했다.

FASHION for PASSION.

눈이 계속 가는 이유는 뭘까?

디자인 보다는 재료가 인상적이었다. 흔히 패션하면 섬유, 창조 같은 단어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위 부스는 그 틀을 완전히 파괴시켜 버렸다.바로 "재활용"이었다. 재료는 "쓰레기"이고 이것을 "재활용"하여 옷을 제작했다고 한다. 이 아이디어의 산물은 미대쪽으로도 유명한 국민대. 그리고 조선대학교가 합작하여 창출해 냈다고 한다. 옷 하나하나가 당차면서도 우아했다.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부하거나 뒤쳐지지 않았다. 디자인은 색다르게 독특했고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멋"있었다.

패션을 더이상 "미"의 영역으로만 파악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시는 그동안 내가 인식하고 있었던 기존의 패션이란 부분을 통채로 바꿔놨으며 발전된 기술과 예술이 통합하여 오늘날의 우리가 입는 옷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와 더불에 전 세계 섬유공학 기술이 패션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흐름도 잘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에필로그...,

가는 날에 비가 왔다. 그래서 그런지 더 광주 가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많이 피곤했다. 그러나 그 전시는 오랬동안 달려 와서 볼 만한 전시였기에 이번 광주 비엔날레는 나에게 있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전시 내용도 내용이지만, 버스 안에서 친구들이랑 더 친해질 수 있어 좋았다. 미술이란 영역 안에서 관심분야가 각각 다르긴 했지만, 그와 관련없이 같이 웃고 떠들고 하면서 가니 4시간이라는 시간이 그리 오래 느껴지진 않은것 같다. 또한 이번 참가는 그동한 패션, 한 부분에만 관심이 있었던 나에게 좀더 넓은 영역의 미적 시야를 갖게 해주었던 계기였기도 했다.

나에게 디자인이란, 조금 철학적이다. 나란 존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하는 하나의 자료이자 과정이다. 내가 어떤 디자인을 했든, 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말할 수 있고 이는 나의 끊임없는 무한성을 입증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2015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나는 오늘 이미 자신의 무한성을 이미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럼 없이 내보이고 있는 존재들의 무한성을 느끼고 왔다. 각자 표현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달려나가는데 밑바탕이 되는 신념은 공통되어 보였다. "가장 심플하되, 가장 혁신적인 것. " 이것이 그들이 말하고 있는 디자인이란 메세지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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