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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내릴 수 없는 실루엣. 안주하고 싶은 그 공간, "망상지구"

  • Teby Kim
  • 2016년 6월 5일
  • 4분 분량

살아가면서 다양한 일들이 내 주위에서 일어난다. 가끔씩은 그 게 너무나도 사소한 일이라 못 보고 그냥 지나쳐 버릴때도 있다. 요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생각이란, "이성"에 기초를 둔 객관적인 판단능력을 말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가 성공할 확률, 입시의 변화 예측. 그에 따른 대학의 합격률. 분석하고 쪼개고 계산하고. 그걸 일반화 하고. 끊임없이 이런 굴레를 따라 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걸,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또라이같은 생각이 각광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 밑에는 무수히 많은 계산의 과정이 있을 것이다. 흔히 "주류사회"가 생각하는 기준에 어긋나면, "두서없이 씨부린다" 라며 배척해 버린다. 이건 회사나 교육현장에서나 마찬가지인 현상이다.

스프링도 계속 누르다 보면 튀어 오른다. 계속해서 짖밞히고 까이다 보면 마음속에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그리고 잠시 상상을 한다. 내가 최고가 되는 환상을. 그게 망상일 지라도. 하도 까이다 보니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게 어떤 의미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사람들은 한마디로 "음모론"에 익숙해져 있고 그에 따라 "편집증"의 증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망상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은 어쩌고 보면 "음모론"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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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상지구>는 시공간이 비틀어 지고 접혀서 예기치 않은 마주침을 주선하는 장치로 상정되는데 그 파동을 촉발하는 기제가 망상이다. 그러니까 우리 삶 속 실재와 망상 사이사이 그 켜를 가로지르는 통로이자 활성화한 공간인 것이다. " -해설집 참조

생각을 하면, 그 장면은 또다른 생각을 낳게 되고, 그 생각에서 새로운 장면들이 생겨나고 이런 장면들이 조각조각 모아져 하나의 신(scene)을 만든다. 그게 연속이 되면 우리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거대한 드라마가 되며 이것은 결국 우리가 어쩌면 안주하고 싶은, 아니면 의심이 만든 자욱한 세계. "망상지구" 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상세계(Idea)"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 싶다. 심오하고 자욱한 세계.

여기는 하염없이 조용한 의식의 관입문(제 1존 (ZONE 1))

<망상지구>는 미술 뿐 아니라 음악, 영화, 공연, 조명등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서 중진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협업 프로젝트이다. 입구를 들어가면 조명예술이 전시되어 있다. 묵직한 종소리에 따라 각 칸들이 채우고 있는 색깔들이 바뀐다. 무() 의 세계가 느껴졌다. 우리의 의식도 이렇게 되어 있을까? 생각들이 미로를 형성하고 우리가 직면하는 느낌들은 그 안에서 색깔로서 기능을 한다. 결국 이런 설치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리의 가치관을 표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 작품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여기는 망상의 테두리. 헝클어진 나를 급작스럽게 만나게 되는 당황스런 공간.

(제 2존(ZONE 2))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검은 천조각 같은 걸 길게 늘어뜨린 입구가 나온다. 안을 따라 들어가면 소년 두명이 보드를 타고 있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제작해 놓은 비디오 아트가 있다. 나는 그 소년들의 퍼포먼스보다는 표정에 주목했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정작 소년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 무언가 강렬히 원하는 눈빛이었다. 마치 사람들이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정면을 응시하며 묘기를 부린다. 진정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정받고 싶다" 이는 누구에게나 간절한 소망이고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겠지. 사람들의 눈길 한번 못받은 사람들은 관심과 대화에 집착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왜 그럴까? 전에 받은 상처를 다시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로 사람들의 눈길을 받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흔들리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주변에 날카로운 거푸집을 형성한다. 이건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다. 단지 우리들은 그들을 "거만하다"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인정받고 싶어. 확인받고 싶어. 단 한 명이라도 '넌 내게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길 원했어."

-미안해 스이카(하야시 미키) 중-

조용하고 묵직했다. 오솔길 같은 통로와 그 주변을 둘러싼 검은색 천들, 그 틈사이로 비추는 밝은 불빛들. 내가 원하던 공간이었다. 조용하고 묵직하며 나만을 비추는 빛이 있는 곳. 심오하고 몽환적이었다. 언제나 나는 힘들때 진정한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해왔다.

"이는 회피와 외면이 키워놓은 망상과의 대면을 위해 거쳐가야 할 필수 관문이다, 망상의 심연으로 스스로를 들여놓게 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장소와 시간을 알 수 없는 비현실적 감각, 그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쾌를 불러 일으키며 현실과 망상 세계를 건드린다. "

-해설집 참조-

끝에서 부터 내려온 띠들은 무력한 현실, 혹은 도피적 심상에 대한 이미지라고 한다. 마주치기 싫은 일들. 모르는게 차라리 나았을 일들... 그대로 직면하고 받아 들이는 사람들은 없다. 그 사실들을 그대로 내 가슴속에 집어넣게 되면, 내가 너무 아프니까. 어떻게든 그것을 반죽해서 부드럽게 만들려고 발악을 한다. 이는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어떻게 해서든 "합리화"를 통해 받아들인다. 아예 "순응" 을 해야한다고 말하는게 맞을 것이다. "얘랑 나랑은 인연이 아니었어" "어차피 상처받을 거면서. 왜또 이런 부질없는 짓을..." "원래 혼자였으니까. 익숙해. 이런거....." 혼자 울면서 생각하다 우리는 "손길"을 원하는 존재임을 다시한번 강하게 확인한다. 다시 일어서고 우리는 "같이" 살기위해 웃는다. 행복해 한다,

여기는 절박하고 편안한 공간. 내가 원하는 이데아. (제 3존(ZONE 3))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맞닫뜨렸을 법한 상황이 펼쳐졌다고 해야 할까. 이 비둘기 형상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회전하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당치도 않는 기대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루어 질 수 없는데 우리는 결코 그 꿈이라고 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망상인데. 실재와 환상이 언젠가 합치할 수 있다는 꿈을 지속한다.

"그로 인해 야기되는 끝없는 기만과 전복, 배신이 이 공간은 경험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 동화 속 앨리스로 분하게 한다" -해설집 참조

여기서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비둘기에 집중했다, 어딘가로 날아가고 싶어 하는데 길이 없어 헤메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정말로 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 못하고, 몸이 따라주지 못해 못하고, 그러면서 우리도 모르게 좌절하고. 비둘기 형상에 새겨진 화려한 무늬는 조명을 받아 벽면을 예쁘게 색칠한다. 왠지 나는 이부분이 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우리들의 모습과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목받는 타인을 보며 질투심을 느기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치장하는 우리들. 그리고 나의 모습.

화려한 조명을 받고 멋있는 무늬를 가졌지만, 그저 그러한 세계속에 갇혀있는 또하나의 "비둘기 조형물" 일 뿐인데. 왜 우리는 순간의 주목받는걸 가지고 모든게 결정난다고 믿는 것일까? 우리가 그렇게 배고픈 존재인 것일까?

나는 여기서 지금까지 발악해 왔던 "나"를 볼 수 있었다. 모호하고 심오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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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가 그때 미술관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아마 망상속에서 방황하는 나를 너무 급작스럽게 만났던 탓일까. 당황스러워서. 이번 전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해서 따분한 전시도 아니었다. 그저 많은 생각이 들었던 전시. 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란 존재가 큰 박수를 받았던 전시이기도 하다. 눈물에 젖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전시. 망상지구, 내가 안주하고 싶은 이데아(Id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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